직장인의 심리상자(Are you ready to succeed?)
스리쿠마 S. 라오 / 이은주 / 명진출판| 정가: 12,000원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이다. 그 행복의 열쇠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마라.” 이 구절에 넘어가 책을 끝까지 읽게 됐다. 원제는 ‘Are You Ready to Succeed?’다. 번역판 제목에 ‘직장인’을 집어넣을 이유가 없는 책이다. 그래도 굳이 ‘직장인’을 내세운 건, 요즘 직장인들 형편이 그만큼 딱해서일 게다. 월급쟁이들, 유례없는 불황 속에 바짝 몸 사리느라 더 고달파졌다. 박봉도 격무도 ‘고마운 줄 알고’ 감수해야 한다. 더 무서운 건 언제 닥칠지 모를 구조조정의 칼날이다. 머리끝까지 스트레스가 차 있는 직장인들에게 이 책은 “당신이 고통스러워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지금 그 현실이 진짜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솔깃한 미끼다.
언제까지나 잘 나갈 줄 알았던 ‘자기계발서’의 성장세가 주춤하다. 그 얘기가 그 얘기인 자기계발서에 독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 같다. 교보문고 집계에서도 2007년엔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 안에 자기계발서가 7종 포함됐으나 지난해에는 5종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크릿』은 선전했다. 지난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 2007년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원하는 것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다분히 주술적인 처방이 통한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MBA 과정의 ‘창조성과 자기완성’ 강좌 내용을 정리한 이 책도 “좋게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시크릿』과 비슷하다. 하지만 『시크릿』보다 훨씬 논리적이다. ‘긍정적인 사고’가 왜 중요한지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괴로운 현실을 편안한 현실로 바꾸기.
‘떠버리’때문에 스스로 기가 죽는 일도 많단다. 못된 상관의 등쌀에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 치자. 상사에게 대화를 시도하거나 건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직장이라도 있는 것을 감지덕지해야 하는 판국에 무슨 투정이야? 지금은 불경기라고. 해고당하면 나만 손해지.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갈건데?” ‘떠버리’의 이런 속삭임에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그대로 주저앉아버리게 된다는 것이다(사실 이 상황에서는 ‘떠버리’의 역할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 “억울하더라도 일단 입 다물고 있으라”고 조언하는 처세서도 여럿 봤다).
“우주는 어떻게든 우리와 친밀하게 엮여 굴러가고 싶어 하며, 우주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동은 그런 우주에 영향을 미친다”라니,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고마워하면 고마워할 일들이 늘어나게 되고, 불평을 하면 불평할 일들이 늘어나게 된다”는 강한 소신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덤의 법칙’ ‘우주의 원리’라고 명명했다. 그래서 기적을 믿는 사람은 기적이 일어나는 세상에, 안 믿는 사람은 기적이 안 일어나는 세상에 살게 된다고 한다. 이 역시 마음 다스리기가 관건인 일이다.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해선 ‘이기심의 법칙’도 아는 게 좋다. 사람은 다 이기적이라는 평범한 진리다. 이를 실생활에 적용시키니 꽤 유용하다. 컵을 떨어뜨려 깼을 때 ‘중력의 법칙’을 원망하지 않듯,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타인 때문에 열 받지 말라는 것이다. 모두들 다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행동할 뿐이니,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나 남을 탓하는 마음을 훌훌 털어버리라는 조언이다.책은 진취적인 자기계발서와는 거리가 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다행이야’ ‘잘 될 거야’를 되뇌이며 마음 편하게 살라는 조언이다. 마치 명상책이나 자기수양책 같다. 이런 유의 자기계발서가 전세계에서 통하는 게 요즘이다. 그만큼 불안과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산다.
[기획회의] 이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