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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속도-신뢰는 시장에서 성공을 부른다

스티븐 M.R. 코비 / 김경섭, 정병창/ 김영사| 정가: 22,000원

신뢰의 속도…신뢰는 시장에서 성공을 부른다

신뢰가 중요함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진지하게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게 현실이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성과 향상에 과연 얼마나, 또한 어떤 경로로 기여하는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신뢰의 속도’는 스티븐 M.R. 코비가 신뢰의 구체적인 효용을 다룬 책이다. 그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저술가이자 강연가인 스티븐 R. 코비의 아들로,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기업 코비링크월드와이드의 공동창립자이기도 하다. 코비는 이 책에서 신뢰는 수치로 환산할 수 있고, 대인관계와 조직·시장·사회 등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신뢰 수준이 낮은 문화를 높은 문화로 혁신할 수 있는 방법을 설파하고 있다.
코비는 높은 신뢰가 성과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짐은 뉴욕시에서 오피스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도넛과 커피를 팔았다. 긴 줄을 기다리다 지쳐 짜증을 내고 그냥 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는 혼자서 장사를 하다 보니 주문 처리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거스름돈을 내주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짐은 소액권과 동전이 가득한 거스름돈 바구니를 배치해 고객이 알아서 거스름돈을 챙겨 가도록 했다. 고객이 고의나 실수로 더 많은 돈을 가져가는 상황이 염려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였다. 믿음이 고마워 오히려 팁을 놓고 가는 고객이 속출했다. 주문 처리가 빨라지니 고객도 더 늘었다.
신뢰는 실질적인 사회 동력이다. 신뢰가 높으면 모든 것이 빨라진다. 거꾸로 낮은 신뢰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결정과 소통 관계를 지체시키는 폐해가 크다.
이런 명제를 이해하는 데는 9·11테러 전과 테러 후 특히 미국 공항 이용이 어떻게 달라지고 불편해졌는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중요한 법을 처리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다툼만을 지속하는 우리나라 국회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제도만으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베인스 옥슬리법과 같은 강력한 법이 기업의 윤리 수준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이 법이 신뢰 유지에 다소나마 도움이 됐을 수는 있지만 그 법률의 한 개 조항을 실행하는 데 350억달러가 소요된다는 연구가 있음을 볼 때 비용이 과하다.
경제적 성공은 시장에서 나오며 시장에서의 성공은 직장에서의 성공에서 비롯된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존재가 바로 신뢰다.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해 외부로 향하는 신뢰의 전파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뢰가 높은 조직은 가치가 증대된다. 신뢰가 높은 기업의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신뢰가 낮은 기업의 주주에게 돌아가는 이익보다 286%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장이 가속되고 충성심이 증대되며 협업과 혁신이 활성화됨으로써 얻는 이익도 크다.
반면 신뢰가 낮은 조직은 복잡한 관료주의, 만연한 게으름, 잦은 이직 등의 특징을 보인다. 속임수와 부정이 판치는 것은 물론이다.
HP를 설립한 몇 년 뒤 창립자 빌 휴렛은 어느 주말 연장을 가지러 회사 창고에 갔는데 창고가 닫혀 있었다. 이는 직원들이 필요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부품 창고와 보관실을 개방한다는 회사 방침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직원들이 연장과 부품을 훔쳐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창고와 보관실의 경비를 철저히 한 데서 불쾌감을 느낀 휴렛은 당장 자물쇠를 부수고 그곳에 ‘HP는 직원을 신뢰합니다’라고 써넣었다. 창고는 신뢰의 상징이자 충성심과 창의력을 고취하는 상징이 됐다.
우리 사회에는 신뢰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정작 신뢰를 높이는 행동은 거추장스럽고 사치스럽게 여기는 풍토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 책은 신뢰를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해서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고 그로 인한 보상도 큼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성철환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cws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3호(09.09.16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