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두연 비즈니스코칭연구소 대표

지방에 출장을 갈 때 가끔씩 혼자 식사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무엇을 먹느냐가 늘 고민거리다. 혼자서 낯선 사람들 틈에서 아무 말없이 식사하는 것이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 즐겨찾는 곳이 회전초밥집이다. 처음에는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필요한 양만큼만 먹기 때문에 생각만큼 1인당 식사비용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정작 내가 회전초밥집을 즐겨찾는 이유는 공간의 독립성 때문이다. 혼자 가면서 4인용 좌석을 차지해서 주인에게 눈치보일 일도 없고, 옆좌석의 손님들 때문에 생각을 방해받을 일도 없다. 습관처럼 좌우를 살피는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쳐서 당황스러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바쁜 종업원에게 이것저것 요구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 모든 것은 내가 앉은 조그만 공간내에 오밀조밀 준비되어 있다. 잘 준비된 시스템하에서 남의 공간으로 침범하지 않고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는 일본식 문화가 짠하게 묻어있다.

그렇다고 회전초밥집을 혼자 찾을 때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수많은 접시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가 정말 망설여질 때가 있다. 누군가와 상의하고 싶은데 상의할 대상이 없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밥만 먹고 있다는 것이 왠지 외롭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문득 우리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코칭 클라이언트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클라이언트들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폰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가 있다. 특히 갈수록 문자메시지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이 보편화되고 있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두들겨댄다. 회사에서도 웬만한 것은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를 통해서 의사소통한다. 심지어는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간에 의자를 돌려서 얘기하지 않고 메신저로 의사소통하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자결재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상사와 얼굴 보며 보고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이러한 통신수단의 발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통로를 점점 막아버린다. 매 순간 쉬지 않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마음이 통하는 의사소통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93.4%가 업무수행 중 코치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한다.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상사나 동료와의 갈등이 생겼을 때, 전직이 필요할 때, 기타 인생이 힘들게 여겨질 때 클라이언트들은 누군가 자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한다. 즉 능력있고 자상한 코치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오죽하면 강남의 술집 트랜드가 과거 화려하고 쾌락적인 밀실 분위기에서 차분하고 격조있는 대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하겠는가?

코칭 비즈니스를 “(말을)들어주는 산업”이라고 정의하는 사람도 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단순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적으로 들어주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적절한 질문과 피드백을 통하여 클라이언트가 보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게 해주어야 한다. 또한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신뢰형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코치의 품성이다.

예의 회전초밥집에서 의사결정을 머뭇거리고 있을 때 자상한 주방장이 한마디 한다.

”손님,찾으시는 메뉴가 있나요?”
”오늘 참치회가 아주 싱싱합니다.”
”장국 좀 더 드릴까요?”

<2007년 5월호 한국코치협회 뉴스레터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