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줄 아세요?”

기업체 간부들 대상으로 코칭을 하다보면 흔히 듣는 얘기다.

-현장이 얼마나 바쁜데 한가하게 코칭을 하고 있어요?

-이론적으로는 맞는데 현업과는 맞지 않습니다.

-업무실적 챙기려다 보면 직원들과의 관계는 어쩔 수 없이 소홀해지죠.

-현장에서는 큰소리로 쪼아야지 제대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코칭을 소개할 때 “조직의 성과를 향상하고 구성원의 성장을 도와주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현업의 성과를 책임지고 있는 팀장급 관리자들은 정작 성과, 실적 때문에 코칭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 하루하루 피 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고 또한 ‘실적이 곧 인격이다’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새기는 그들에게는 팀원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는 말은 어쩌면 사치스럽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는 K씨의 사례이다.

K씨는 영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전략적이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추진력, 도전정신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람이다. 특히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지고는 못사는 성격 탓인지 사원시절부터 실적만큼은 늘 선두 그룹에 있었다. 덕분에 동기생들보다 일찍 부장의 자리에 올랐고 현재 지역에서 가장 큰 영업조직을 맡고 있다.

-영업현장은요, 한마디로 전쟁터입니다. 죽느냐, 사느냐가 하루아침에 결정됩니다.

-사원들은 강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느슨하게 하면 금방 풀어진다니까요~

-오늘의 제가 있게 된 배경은 오직 근면,성실,추진력 덕분입니다.

최근 들어 K부장에게 딜레마가 생겼다. 20여명 되는 팀원 중에서 두 명이 갑자기 빠져버렸다. 한 명은 사표를 내버렸고 다른 한 명은 조직내 다른 팀으로 전출을 가버렸다. 게다가 분기 매출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전사 영업조직에서 꼴찌를 해버린 것이다.

불 같은 성격의 K팀장은 연일 아침조회 때마다 팀원들을 다그치며 독려하지만 웬일인지 팀 실적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팀원들과의 관계는 점점 꼬이고 있다. 이래 저래 K부장은 요즘 직장생활의 재미가 나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팀원의 결원도 문제이지만 글로벌 경기가 워낙 좋지 않습니다. 저라고 비켜갈 재주가 없네요.

-어찌됐던 상사보기가 면목이 없습니다.

우리는 리더를 정의할 때, ‘첫째, 조직의 성과를 내는 사람, 둘째,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 그리고 셋째, 후배의 육성을 돕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단기적인 성과는 강압적인 방법으로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성장을 하려면 결국 부서원들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군다나 후배육성은 강압적인 방법과는 거리가 멀다.

K부장의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은 분명히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당분간은 차가 잘 굴러갈 것이다. 하지만 내부의 엔진에 문제가 생기면 아무리 잘 닦은 차도 결국엔 서게 된다.

처음에는 두려워서, 혹은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움직이지만 지치고 힘들면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사실 늘 바쁘기 때문에 부서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진 못했습니다.

-사적인 고민을 들어주고 힘든 얘기를 나누는 것이 왠지 어색했습니다.

-퇴사한 직원이 인사팀과의 면담에서 팀장 때문에 나간다고 했을 때는 정말 심한 배신감

을 느꼈습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motive) 요인 중에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가 있다.

내적 동기는 비전,신념, 가치관 등처럼 내부적이고 능동적인 특성을 가진 반면, 외적 동기는 지시, 명령, 처벌과 같이 외부적이고 수동적인 특성이 있다. 즉, 내적 동기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따라 움직이며 결과에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지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외적 동기는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약하고 외부요인이 사라지면 행동도 소멸되는 특성이 있다.

평소 상사와 신뢰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거나 부서내에 팀웍이 잘 다져져 있는 경우에는위기상황과 같은 외적 요인이 실적향상을 위해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을 때에는 외부환경 변화가 성과저하 및 조직의 와해를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성원들에게 내적동기를 높이고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글쎄요, 우선 제가 지금 코칭을 받고 있다는 사실부터 알려야겠습니다. 사실 코칭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이 왠지 벌받는 기분이 들어서 숨겨왔거든요.

-내가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부서원들의 피드백을 듣겠습니다.

-앞으로는 내가 말하기 전에 부서원들의 얘기를 먼저 듣겠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은 회사의 브랜드를 보고 들어왔다가 상사의 리더십 때문에 퇴사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고려하는 연봉이나 복리후생, 근무조건보다 사원의 동기부여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바로 리더십이라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팀장들이여, 단기적인 성과만을 얻고 싶으시다면 팀원들을 쪼으시라.

어쩌면 계란(성과)을 얻는 대신에 거위(팀원)를 잃어버리는 농부의 우를 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성과와 팀원들의 신뢰관계를 동시에 얻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라도 팀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라.

-요즘 일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내가 도와주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하면 우리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마음으로 팀원들에게 다가가면 서서히 신뢰관계가 싹틀 것이다.

이것이 바로 힘들고 멀리 돌아가는 느낌은 있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빠른 길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글 쓴 이 :김두연 비즈니스코칭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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