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뭡니까?”

이 땅에 코칭을 처음 도입하던 시기에 고객으로부터 자주 받던 질문이었다.

-코칭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코칭은 성과관리를 위한 툴입니다.

-코칭의 핵심은 질문입니다.

물론 위의 대답들은 지금도 유효하지만, 동일한 질문을 현 시점에서 다시 받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코칭은 관심과 배려입니다.”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것’ 이고 배려는 ‘도와주거나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다.

코칭을 잘하기 위해서 스킬을 익히는 것은 중요하지만 쌍방에 신뢰가 없으면 결코 코칭

이 성립될 수 없다. 이 신뢰형성을 위한 전제조건이 바로 관심과 배려이다.

코칭교육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이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부하만족도가 올라가지 않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코칭교육을 한번도 받지 않았는데도 누구 못지 않게 부하만족도가 높은 상사가 있다. 그 차이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역시 ‘관심과 배려’에 기초한 ‘신뢰관계’의 있고 없음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매우 부족한 사회에 살고 있다.

지방출장 가는 비행기안에서의 일이었다.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에 건장한 남자 세 명이 나란히 앉기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럴 때 일수록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내 옆에 앉은 두 사람은 아마도 같은 직장의 상사와 부하인 듯 했다. 그 중 40대 중반의 상사로 보이는 사람이 대화를 주도했다. 처음에는 신문에 난 기사를 가지고 끊임없이 분석,비평을 쏟아냈다.

“세종시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뭔가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에 들어가는거야. 거봐, S기업은 총수의 사면을 전제로 한 것이고, L기업은 제2 XX월드 때문에 들어가는거잖아, 그리고 S대학교 동창회가 움직이지 않으니까 대통령의 출신교인 K대학교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낚인거고…안 봐도 비디온데 뭐..”

사실여부에 관계없이 사내의 논리가 정연하고 또 일리가 있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이야기 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듣지 않을 수 없게끔 그 남자의 목소리는 충분히 컸다.

이번에는 기내에서 파는 위스키로 주제가 옮겨갔다.

“위스키의 원가가 얼만지 알아? 이 판매가격이 원가의 10배는 넘는다고..이러니 소비자

만 봉이고 사회적으로는 과소비가 조장되는거라구…”

또 와인 얘기도 흘러 나왔다.

“내가 요즘 와인공부를 좀 하고 있는데 말이야..”

사내는 꽤나 상식이 풍부해 보였고 말주변도 있어 주위사람들을 설득하는 재주가 있어 보였

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부하직원인 듯한 사람의 반응이었다. 그는 나직하고 짧게 예, 아

니오를 반복했지만 사내의 박식함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늘 들어오던 얘기라는 표정

이 역력했다. 오히려 ‘제발 저를 귀찮게 하지 마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사내의 얘기는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처음에 재미있게 경청하던 그의 얘기는 곧 내게 소음이 되었고 더군다나 그가 보인 여러

가지 행태는 나를 몹시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는 신문을 요란한 소리로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으며 펼친 신문이 내가 앉은 자리의 1/3

가량을 침범하기가 일쑤였다. 그리고 좁은 좌석에서 그이 팔꿈치가 쉴새없이 나의 팔이나

옆구리를 건드리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결정적으로 허걱! 그가 신발을 벗더니 왼쪽 발을 내 자리쪽으로 쑥 내미는게 아닌가?

순간 당황스럽고 쓴웃음이 났지만 가능한 중립적인 목소리로 “선생님, 죄송하지만 발을 좀 치워주시겠습니까” 했더니 그제야 “아, 예, 예” 하며 발을 뺐다.

사람이 원래 경우가 없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았다. 다만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배려의식이 부족한 듯이 보였다.

어떤 나라에서는 어린애들을 키우면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 라고 가르치고, 또 어떤 나라는 “남을 도와주라” 라고 가르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절대로 남에게 지지 마라” 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경쟁만을 최고의 가치로 숭배하고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나라 중년 남자들이 ‘관심과 배려’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하고 체험한 경험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문득 그를 상사로 모시고 일하고 있는 부하직원들의 힘들어 하는 얼굴이 떠올랐다.

좁은 비행기에서 탈출(?)하여 목적지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수고하십니다. OO회사 부탁드립니다.”

“……..”

내가 경험치로 낸 통계에 의하면 택시기사 10명중 8명은 절대로 손님에게 인사하지 않는다.

“저기요, OO회사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

“저기, OO회사까지 얼마나….”

“금방 도착한다구요!”

헉,대체 이 기사분은 무엇이 불만일까? 고객에 대한 기사의 관심과 배려가 부족해 보인다.

우울한 기분으로 물끄러미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데 앞서가던 고급승용차의 운전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지고 운전자가 담배를 몇모금 빨더니 너무도 당연하게 담배꽁초를 도로 한가운데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혹시 구청 청소과 공무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질까 봐 배려하는 마음에서 그러는걸까?

내 차가 더러워지는 것은 싫고 도로가 더러워지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 운전자들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한 것이다.

그가 속해있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아랫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할까, 무척 궁금해진다.

우리는 관심과 배려가 매우 부족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글쓴이: BCI(코치A코리아) 대표 김두연
출 전:월간HRD,2010년 2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