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째 부처의 공무원

데스크승인 2010.08.09   지면보기 이민우 | webmaster@kyeongin.com
[경인일보=]현재 대한민국정부에는 정부조직법상 15개의 부처가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아는 16번째의 부처가 있다.

비공식 부처의 소재지는 과천의 청계산이다. 속칭 청계부(淸溪部)! 퇴직공무원이 그 소속원이다. 누구나 다 그렇지만, 공무원들도 퇴직후 제2의 삶을 꿈꾼다. 공직생활동안 ‘국기에 대한 맹세’대로 살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만큼은 결코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온 인생이기에, 자기 자신에게 다시 한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제2의 삶에 대한 기대는 매우 크다. 그러나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예순을 넘겨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사회봉사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현재의 자원봉사는 그간 공직에서 배운 것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은 공무원에게 무한 섬김을 원하고 있다. 이는 현직 공무원 뿐만 아니라 퇴직후에라도 계속적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 사회복지공무원 또는 퇴직예정공무원을 대상으로 개발한 ‘사랑 나눔 도우미 양성과정’은 이러한 공무원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사랑 나눔 도우미 양성과정’은 불우 청소년,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코칭’이라는 방법을 통해 코칭대상자 스스로 문제해결능력을 가지게 만드는 일종의 사회적 치료프로그램을 훈련받는 과정이다. ‘사회적 코칭’은 코치가 직접 코칭대상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카운슬링이나 컨설팅과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사회적 코칭에서는 코칭대상자가 코칭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완벽한 문제해결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과정을 수강하면서 배울 수 있는 큰 유익은 ‘질문의 힘’이다. 몇 년 전부터 코칭, 리더십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질문의 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실제로 ‘질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과정 중 실습과정에서조차도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문제의 범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실습상대로 코칭대상자가 된 다른 교육생이 코칭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면서 ‘질문의 힘’의 위대함을 정말로 느낄 수 있었다.

인구가 감소하는 초고령사회에서는 경제활동인구의 확보가 정부의 주요한 정책이 될 것이다. 태어나는 사람보다 퇴직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퇴직하는 사람들에게 생산적인 경제활동의 기회로서 ‘사회적 코칭’훈련을 실시, 불우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자존감과 자립심을 키워준다면 사회적 비용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내일도 지역아동센터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를 만나러 갈 것이다. 공무원으로서 사회가 부담해야 할 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면, 이 또한 국민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는 퇴직을 할 것이다. 그때에는 입사할 때 했던 ‘공무원의 선서’의 시효가 만료될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이면 누구나 평생 가슴에 담고 있는 공직관을 거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에 나는 또다시 16번째 부처의 공무원으로 지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