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받지 못하는 두려움

B상무는 대기업 디자인 부서의 여성임원이다.
맡은바 일 처리가 깔끔하고 성격도 털털해서 리더로서 인기가 높다.
스트레스 내성이 강하고 목표지향적이어서 CEO의 신임도 두텁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있음에도 회사의 웬만한 회식, 워크숍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함께 입사한 여성동기들 중에서 유일하게 생존(?)하여 임원까지 승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B상무가 요즘 고민이 많다.
챙겨야 할 일은 많은데 부하직원들은 생각만큼 움직여주지 않는다.
성격상 부하들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고, 직접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부하들이 분발하도록 챌린지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퇴근은 늦어지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고등학생인 딸아이에게 엄마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인데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달 실시했던 건강검진에서 ‘종합병원’에 해당할 만큼 각종 이상증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B상무는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재능이 많은 아이였다.
공부뿐만 아니라 예체능에도 소질을 보였었다.
어머니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경시대회의 상을 휩쓸었고 결국,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명문대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예술가의 길을 걷다가 결혼과 육아로 인해 전문가의 길을 포기한 사람이다.
그로 인해 맏딸인 B상무에게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였으며 어릴 때부터 많은 투자를 하였다.
어머니는 딸이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닌 전문직 여성으로 ‘성공’하기를 강력히 원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B상무는 어머니의 기대를 충족하고 ‘인정’받기 위해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
다행히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남성들도 어렵다는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하여 ‘성공’과 ‘인정’의 목표를 달성하였다.

B상무에게 물어보았다.

“상무님께 있어 ‘성공’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것?”
“지금 그 목표를 달성하신 것 같은데, 행복하신가요?
“글쎄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왠지 허전하고 내가 남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남의 인생을 살고 있다, 무슨 뜻인가요?”
“저는 어릴 때는 어머니에게 ‘인정’받으려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성장하면서 선생님, 상사 등으로 대상이 옮겨갔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인정’받는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 ‘인정’받는게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나요?”
“행복하다기 보다는 비난받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입니다.”

위대한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생활양식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성취욕구가 강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우월성추구를 강요한다.
본인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로 하여금 대신해주기를 기대한다.
부모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주는 자녀를 칭찬하고 그렇지 않은 자녀는 질책한다.
어린 자녀는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삶의 목적과 생활양식을 만들어간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러한 삶의 목적과 생활양식은 우리의 인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B상무는 ‘성공’이라는 정의를 다시 내릴 필요가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삶에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행복’한 삶으로….
그리고 이제는 ‘인정받지 못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1. 8 BCI 대표 김두연